나의 여름 한 조각을 정리하며

2019. 9. 30. 14:54ME

정작 회전 돌면서는 알앤제이 ost를 잘 듣진 않았던 것 같다. 음원을 통해 들을 때는 이해랑이라는 극장이 갖고 있는 분위기가 음악의 힘을 더해준다는 느낌이 없어서 더 안 들으려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듣고 싶을 때는 새벽이나 아침에 이동하면서 듣는 정도? 세상이 아직 덜 깨어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조심스럽게 알앤제이 ost를 꺼내 들었었다.

 

나는 주로 회전을 돌 때 회전극과 연상되는 가사가 담겨있는 노래들을 찾아서 듣는 편인데, 이번 알앤제이를 돌면서도 생각나는 노래들이 몇 곡 있었다. 



백예린 -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
 
 
학생2... 특히 내가 너무 애정 했던 학2 노선이 이 가사에 맞아 떨어져서 더 자주 찾아들었던 것 같다. 상처를 억누르고 감추기 바빠서 나조차도 나를 잊고 살아온 시간들이 너무 많았던, 분출하는 것보다 참는 게 더 쉬웠던 사람. 그래서 웃는 얼굴 뒤에 가려진 상처가 너무 많았던 사람. 애써 외면한 채 버텨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내 눈앞에 다가왔을 때 그 절망감과 싸워야만 했던 사람. 스스로의 장벽과 맞서 싸우는 학2를 보면서 얼마나 울었었는지... 쌓이고 쌓였던 상처들이 걷잡을 수 없이 터질 때의 슬픔은 진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볼빨간사춘기 - 나의 사춘기에게
 
(특별히 내가 젤 좋아하는 라이브 영상으로 첨부!)
 
내가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말이 이 노래에 다 담겨있었다. 공연을 본 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자주 듣던 노래다. 타오르는 태양처럼 미칠듯이 뜨거웠던 만큼 너무 뜨거웠기에 아팠던 이 여름을 기억하며 더 강한 사람들로 성장했을거라고 믿어. 분명히! 학생들 한 명 한 명 모두 강한 존재들이잖아.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란걸 우린 이 밤을 통해 발견해냈으니까.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바랬을까."

학생들에게 늘 전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오마이걸 - 다섯번 째 계절 (SSFWL)
 
 
원곡의 부제인 SSFWL은 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Love의 약자로 그들이 발견해 낸 새로운 다섯 번째 계절은 사랑이라는 의미이다. 알앤제이라는 극이 주는 이미지가 이 곡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이 노래를 자주 들었다. 소녀들이 확신을 갖고 찾아낸 사랑처럼, 학생들이 발견해낸 사랑은 그 무엇보다 진실하고 정확했다. 초연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번 재연에 들어서면서부터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에 중점을 두고 보고 있다.

변화를 따르는 것도, 움직여 가는 것도, 사랑이 아니므로. 
사랑은 거센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것이니.

자신이 직접 치열하게 대항하여 얻어 낸 사랑을 통해 학생들은 더 강한 주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누군가 정해놓은 방향과 틀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뚜렷해지는 과정을 너무 사랑했다. 그래서 결혼식 씬 뒤에 바로 이어지는 각성씬을 정말 좋아했다. 학생들이 억압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해준 결정적인 계기에 소네트 구절이 존재했던 것 같아서. 
 
 
이달의 소녀 1/3 - 알 수 없는 비밀

 
"꿈에서 깨면 꿈이라는 게
갑자기 슬퍼져"
 
가사 자체가 학생들이 연극을 이어가던 그날 밤의 마음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해서... 저 가사 한 줄에 꽂혀서 계속 들었었다. 학생2를 가장 좋아했고, 학생2를 중심으로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저 가사를 처음 들은 순간 학생2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끝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꿈처럼 헛된 일이라고 절망하지는 마...
 
 
이달의 소녀 1/3 - 비의 목소리 51db

 
이달소 노래를 잘 모르다가... 이번 여름부터 많이 찾아듣기 시작했는데 이달소 세계관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알앤제이 학생들이 생각나는 노래들이 많았다. 긴 말 말고 이 노래는 가사에 집중해보자. 나를, 그리고 우리를 일으켜줬던 그날 밤을 추억하며.
 

"그 날 비가 참 많이도  내렸어

아직도 난 그때를 기억해

다가온 너였잖아 날 일으켜준

내렸던 비만큼 더 간절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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